디지털 인문학이라는 신흥학문을 공부하다보면 재미있는 "의견"을 들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반감만으로 나오는 이런 "의견"에 대답할 필요가 있는지 자체가 의심스럽지만 간단하게나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각주:1].



1. 디지털 인문학 없어도 지금까지 잘 해왔다?

이런 말은 마치 "지금까지 "한글"이나 "워드"없이 "원고지"에 "펜"으로 논문 잘 써왔다." 라고 말하는것과 다를바가 없다. 요즘 세상에 "한글"이나 "워드"를 사용하지 못해서 "원고지"에 글을 쓰는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학문은 끊임없이 발전해왔고, 디지털 인문학은 분명히 인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유용한 도구를 무시하는 것은 바보짓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디지털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방법론을 모두 버리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금까지의 방법론을 컴퓨터와 융합하여 더욱 발전 시키자는 것이다. 이제 단순무식한 반복 작업은 컴퓨터에게 맡기고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는 인문학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2. 자료를 찾는 것이야말로 인문학의 정수다?

두꺼운 사료를 한글자 한글자 정독하다가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발견했을 때의 희열이야 말로 인문학의 희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료를 찾아낸 희열? 어떤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다만 10년동안 조선왕조실록과 관련 자료를 독파하면서 원하는 자료를 찾을 것인가? 아니면 단 한번의 검색으로 1초만에 모든 관련 자료를 찾아낼 것인가?




3. 디지털 자료는 부정확하다. 

디지털 자료는 부정확한 자료가 많기 때문에 믿을 수 없으며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데 출판된 서적에 얼마나 많은 오탈자가 존재하는지 알고 있는가? 오탈자는 많은 사람들의 퇴고작업으로 줄어든다는 상식도 알고 있는가? 어려운가? 간단히 말해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비교해서 인터넷 위키백과사전은 사실상 오탈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자료 자체의 정확도에 대해서도 문제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들은 믿지 못할 내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신력이 있는 디지털 자료는 이미 넘쳐 흐른다. 한국의 역사통합검색시스템에서는 대부분 원문과 번역문 뿐만이 아니라 원문 이미지까지 공개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탈자뿐만이 아니라 번역상의 문제도 피드백을 해주고 있기에 끊임없이 정확도 100%을 향하고 있다[각주:2]


물론 아직도 많은 자료들이 디지털화되어 있지 못하다.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 지속적인 데이터 구축작업을 진행해야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이것은 디지털 자료의 축적량이 아직 부족한 것이지 디지털 자료의 시스템 자체가 부정확한 것은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설령 지금 당장은 디지털 자료가 부정확하더라도 10년 이내에 기존의 그 어떤 자료보다 정확해질 것이다.


아직도 디지털 자료가 부정확하다고 생각한다면 DBPIA나 KISS 혹은 RISS같은 논문정보제공 싸이트에서 논문을 찾지 말고 직접 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하나하나 종이로 인쇄된 논문을 찾기를 바란다. 그게 정확하지 않은가? 




4. 디지털 인문학을 쓰레기라고 해라. 

디지털 인문학에 대한 반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스스로 디지털 인문학을 할 역량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판단될 때가 많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인문학의 가치나 역할에 대해서 분명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하여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신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한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인문학이 인문학의 가능성이며 대세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디지털 인문학을 쓰레기라고 하든 말든 필자는 솔직히 관심이 없다. 다만 스스로도 디지털 인문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지했음에도 스스로 못한다는 이유로 후학들의 길까지 막아버리는 것이 과연 학자의 태도인지 묻고 싶을 뿐이다.



  1. 이럼 "품위"가 없지만...분명히 비꼬는 투로 쓰겠지.....-_- [본문으로]
  2. 영인본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바보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영인본도 사료비판을 통해서 오탈자가 수정되어야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디지털 자료는 이런 부분들을 빠르게 받아들여서 수정할 수 있다. [본문으로]

논문 표절의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타인의 논문을 적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논문에 쓰는 행위는 연구자로서의 기본적인 도덕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논문 표절의 또 다른 일면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그러다 보니 어떤 한 가지 사실에 대한 서로 다른 판단 수 많은 판단이 존재하게 된다. 학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떤 사실에 대한 수 많은 다른 판단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박정희에게 "전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붙일 수 있는가?" 문제에 가장 간단하게 "쿠데타를 통해서 권력을 잡았기에 전 대통령이라는 칭호는 적합하지 않다."와 "결국 선거라는 적합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권력을 잡았기에 전 대통령이라는 칭고가 적합하다" 혹은 "유신개헌 및 그 이후의 행태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행동이라고 할 수 없기에 유신개헌 이후는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 등등의 다양한 의견이 가능하다.


이렇게 기존 연구가 충돌을 할 때, 연구자들은 최대한 관련 의견을 모두 열거한 이후에 "본 논문에서는 XXX의 의견에 따른다."라고 하거나 아예 다른 의견을 열거하지 않고 "XXX의 의견에 따르면......"이라고 문장에 명시를 한다. 연구자는 해당 내용에 대한 책임을 "XXX"에게 넘겨 버리는 것이다. 물론 최종적인 책임은 "XXX"을 선택한 연구자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해당 내용 자체에 대한 책임은 "XXX"에게 귀속한다.


실제적인 예시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거대 "디지털 인문학" 싸이트는 현실적으로 다양한 연구자들에게 프로젝트를 분산해서 처리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서 고전번역원의 고문번역의 경우 다양한 연구자들이 참여해서 번역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고전번역원은 해당 고문을 서비스할 때 해당 고문 번역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명시한다. 이를 통하여 어떤 고문의 번역에 대한 문제가 있거나 의견이 있을 경우 고전번역원은 1차적인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이런 번역은 말이 안돼요! 틀렸어요. 수정하세요."라고 한다면 고전번역원은 "책임 번역자에게 문의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이런 방식은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분야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번역에는 정답이 없고 다양한 번역 방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책임 회피 방식은 과거의 시스템을 디지털 시스템에 억지로 적합시켜서 발생한 일이다. 과거에는 책이나 논문등의 글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빠르게 보급하는 것은 꿈과 같은 일이었다. 문제가 있는 내용을 수정하고 재배포하는 것은 더더욱 그러하였다. 그런데 디지털에서는 빠른 보급과 수정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한 문장에 대한 다른 의견이 있을 경우 모든 의견을 보여줄 수 있다.


과거의 인쇄물에서는 여러가지 제한사항으로 인하여 박정의에게 "전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붙여주는 문제에 대해서 단 한가지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디지털에서는 모든 의견을 열거해줄 수 있다. 해당 디지털을 보는 사람들은 어느 한 곳으로 편중된 의견이 아닌 소수의견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보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다. 물론 기계적인 중립성의 문제를 벗어나기 위하여 열거된 의견 중에서 가중치를 부여하여 학술의 주류와 비주류를 보여줄 수 있다.


누군가가 고전번역원의 어떤 문장에 대해서 "이 해석은 다르게 해야됩니다. 수정해주세요"라고 한다면, 고전번역원은 이제 "님의 번역문도 등록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은 "직접 님의 번역문을 등록하시면 됩니다"라고 해버리면 된다. 그럼 기존의 번역문과 추가된 다른 생각의 번역문이 공존하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디지털 인문학 싸이트는 한국금석문 종합영상정보시스템이다. 이곳에서는  금석문을 대상으로 다양한 탁본들과 각 탁본의 판독문들 및 각 판독문에 대한 해석문을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비록 각각의 탁본과 판독문 및 해석문간의 상호비교기능은 지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미 다양한 의견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개념적 전환과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네트는 넓다. 디지털 자료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의 수용은 과거 인쇄매체가 상상은 했지만 실현이 불가능했던 방법이다. 디지털 자료는 한 장소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지식의 생태계를 풍부하게 할 수 있다. 또한 현실적으로 이러한 다양한 의견의 수용은 당신의 책임을 최대한 낮추어줄 수 있다.


"의견이 다르시다고요? 그럼 당신의 의견을 등록하세요."






....평소에도 그렇지만...오늘 쓴 글을 정말 뭔지 모르겠다.-_-;;.....머...일기장이니까......큼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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