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인문학에서 디지털에 대해서 가장 많은 비평을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디지털화 해놓은 자료에 오탈자가 많아서 학문적으로 사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오탈자는 엄정한 연구에서 분명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며, 끊임없는 검토가 필요하다. 그런데 오탈자가 디지털화한 자료를 학문의 자료로 사용하지 못할 정도인가?
인문학의 기초는 자료에 대한 점검으로 시작한다. 자료의 출처는 어디인가? 자료의 내용에 문제는 없는가? 고대문헌을 대상으로 하는 점검은 문헌학 혹은 고문헌학이라는 독립적인 학문분파가 세워질 만큼 방대하고 어려운 작업이며, 인문학에서 기본 중에 기본인 작업이다.
그런데 인문학의 자료들을 보면 사실 생각보다 오탈자가 있는 사료가 많이 있다. 정식으로 출판된 서적에서조차 오탈자는 흔히 발견되고는 한다. 당연한 일이다. 인간이 하는 일인 이상 당연한 일이다. 여러분들에게 10페이지 정도의 글을 나누어주고 그것을 옮겨 적으라고 하면 한두글자의 오탈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발견되는 것이다.
결국 전통적인 인문학에서도 오탈자의 문제는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디지털에서는 비록 오탈자 문제 자체는 피해갈 수 없지만, 오탈자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의 출판물은 한 번 인쇄과정이 끝난 이후에 오탈자가 발생할 경우, "정오표"를 배포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디지털화된 문서는 매우 손쉽게 입력-수정이 가능하다.
결국 디지털화된 자료에서 발견되는 오탈자는 오히려 전통적인 인문학에서 발생한 오탈자보다 훨신 빨리 수정될 수 있고, 보다 완전한 자료가 되어 간다. 전통적인 인문학에서 거론하는 디지털화된 자료의 오탈자 문제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하는 무조건적인 반감에 불과하다.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는 디지털화된 자료가 너무 빠르게 오탈자를 수정하여 고정화되지 않기에 속도가 비교적 느린 인문학 연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수정전 히스토리에 고유값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인문학이여 디지털을 무서워하지 마라. 디지털을 이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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