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내용은 [디지털인문학/DH_News] - 디지털인문학과 문화콘텐츠 1차 포럼 - 인문콘텐츠학회에서 김현 교수가 발표한 "디지털인문학의 개념과 현황"에서 핵심사항이었던 미국 NEH의 디지털인문학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서 설명한 글이다. 어디까지나 본인의 해석이기에 김현 교수의 뜻과는 상이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미국인문학재단(NEH, National Endowment for the Humanities)은 2006년 디지털인문학 계획(Digital humanities Initiative)을 시작하며 디지털인문학에 관심을 보였다. 강력한 학계의 호응과 더불어 2년만인 2008년에 디지털인문학단(ODH, The Office of Digital Humanities)로 승격시키며 디지털인문학에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게 된다.


그럼 구체적으로 NEH는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인문학을 지원하고 있을까? 

현재 ODH의 주요 프로젝트는 크게 4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Digital Humanities Start-Up Grants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 초기 조성 지원) 

1년의 시간동안 $30,000~$60,000(3천만원~6천원만)의 자금으로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초기 토대를 마련하도록 하는 지원금이다. 디지털인문학은 인문학자들에게 비교적 생소한 디지털인문학 방법론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인문학 연구방법에 의거한 프로젝트 수행은 이론, 설계, 장비 등의 다양한 준비과정을 수반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디지털 영문 조선왕조실록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우선 영문 조선왕조실록의 특성을 분석하여야 한다. 그 다음 영문 조선왕조실록의 특성에 합당한 온톨로지 설계 혹은 XML 설계 혹은 RDB 설계 작업을 수행하여야 한다. 또한 영문 조선왕조실록 사전 작업 수행을 도와줄 디지털 편찬툴도 제작하여야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프로젝트 수행 1차년도에 영문번역과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제대로 된 분석과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기존의 종이매체 방식으로 우선 작업을 하고, 나중에 디지털 방식으로 재작업을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초기 조성 지원은 향후 5년 이상의 장기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에 대해서 토대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정책결정자의 입장에서는 1년 동안의 토대구축 과정을 검증함으로써 문제 있는 장기 프로젝트 수행에 의한 지원금 누수를 막을 수 있다. 




2) Digital Humanities Implementation Grants (디지털 인문학 프로젝트 실행 지원)
1년에 $300,000(3억원)정도의 예산으로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 초기 조성지원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거나, 이미 초기 조성 지원이 필요 없는 수준의 성공적인 성과를 보인 프로젝트에 대하여 지원해주는 지원금이다.

예를 들어서 2013년 지원금에 선정된 Extending WorldMap to Make It Easier  for Humanists and Others to Find, Use, and Publish Geospatial Information은  하버드 대학교의 피터볼 교수에 의해서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오픈형 인문지리정보시스템(GIS) WorldMap이다. Networks in History: Data-driven tools for analyzing relationships across time 역시 스탠포드 대학교에 의해서 이미 기본적인 방법론을 적용하였던 유럽의 편지공화국 네트워크 분석 시각화 프로젝트이다. 




3) Institute for Advanced Topics in the Digital Humanities (디지털 인문학 연구 센터 지원)
$200,000(2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디지털인문학 방법론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지원금이다. 디지털인문학은 새로운 방법론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문학자라도 처음 접하는 방법론을 어떠한 교육 없이 독학으로만 디지털인문학 방법론을 익히기란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서 "Another Week | Another Tool - A Digital Humanities Barnraising"은 12명의 인문학자를 대상으로 디지털인문학 방법론에 대한 개론을 교육시키는 프로그램이다.  "Doing Digital History: An Institute for Mid-Career American Historians"은 2주간 25명의 중견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역사학 연구방법론과 교수방법론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Humanities Heritage 3D Visualization: Theory and Practice"은 인문학자 20명을 대상으로 문화유산의 3D시각화 방법론과 실무를 수행해보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태동기인 디지털인문학에서 디지털인문학의 방법론에 대한 교육은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렇기에 프로젝트 실행 지원금에 버금가는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4) Digging Into Data Challenge (인문학 빅 데이터 분석 과제)
$120,000(1억2천원) 정도의 예산으로 기존의 인문학데이터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는 지원금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정보공학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정보공학에서조차 기술보다는 인문학적 분석능력이 중요하다고 할 정도로 기술만큼이나 인문학적인 식견과 분석이 필요한 영역이다. 특히 인문학 빅데이터를 대상으로 하게 되면 해당 데이터에 정통한 인문학자의 분석력은 필수 중에 필수이다.

예를 들어서 "Resurrecting Early Christian Lives: Digging in Papyri in a Digital Age"는 파피루스에 쓰여진 초기 크리스챤의 삶에 대해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해당 시대적 배경과 초기 크리스챤에 대한 제반지식 없이는 빅데이터 분석은 고사하고 연구 자체의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 "Digging Archaeology Data: Image Search and Markup (DADAISM)"은 고고학 데이터를 이용하여 고고학 이미지와 마크업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만약 고고학 자료의 특성과 고고학 이론을 모른다면 연구를 진행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도 IMF의 탈출전략으로 인문학의 디지털화를 추구하였고[각주:1], 수 많은 인문학 빅데이터가 축적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만약 축적된 인문학 데이터를 정보공학자들에게 맡기게 된다면, 제대로 된 분석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디까지나 인문학자가 참여해야되는 영역이다. 



5) 해외 협력 프로그램(독일)
핵심이 아니라서 발표에서는 생략되어 있지만, 디지털인문학 프로젝트에는 독일과의 해외협력 프로그램이 있다. 해당 해외협력 프로그램은 국제적으로 진행되며, 상호 연구자 교환 수준의 강도 높은 상호 교류가 요구된다[각주:2]



6) 단순한 디지털화는 NEH에서 허용되지 않는다!
발표현장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단순한 디지털화는 NEH 지원대상이 될 수 없다. 단순한 디지털화란 디지털인문학의 방법론을 사용하지 않고, 단순히 고문이나 출판된 문헌을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이런 디지털화는 종이매체의 한계에 매몰될 뿐이기에 NEH는 디지털화에 대한 지원을 명확하게 금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NEH의 디지털인문학 지원프로그램은 그대로 한국에 이식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굳이 뽑자면, 3) Institute for Advanced Topics in the Digital Humanities (디지털 인문학 연구 센터 지원)이 될 것이다. 디지털인문학의 핵심은 인문학자가 스스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서 인문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자가 디지털 도구의 사용법을 익힐 필요가 있다. 아니!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지털인문학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1. 이런 데이터 중에서 전체적으로 쓰레기 데이터가 훨씬 더 많지만....일단 여기서 중요한 내용은 아니니까...패스!! [본문으로]
  2. 추후 미국과 한국의 디지털인문학 협력 프로젝트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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