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신의 글이 중국의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라는 것이 문체가 평범하고 시대에 뒤쳐져 있다는 황당하기까지한 이야기이다. 중국인들도 이 일에 대해서 어처구니가 없어 하며 반박을 하고 있다.

노신의 가치가 과연 문체에 있었던가? 사실 노신의 문장은 너무나 간단하다. 오죽했으면 중국의 중학교교과서에도 나오고, 외국인의 중국어 초중급교재에 그 글이 나올 정도이다. HSK 6급만 되어도 해석자체는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심심풀이로 온갖 글을 번역하는 본인도 감히 노신의 글만은 감히 손대지 못하고 있다. 노신의 글은 매우 쉽지만, 그 안에 스며들어 있는 정신을 번역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자 한단어에도 수 많은 의미가 내포가 되어 있기에 허투루 건드릴 수 없는 것이다.

시대에 뒤쳐져 있다는 이유는 반박할 가치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섹스피어의 희곡들은 이미 지하 3000M에 매장되어야 하며, 톨스토이의 글들은 낡은 종이쪼가리일 뿐이다. 그리고 논어나 맹자 같은 것은 구시대의 잔재로 불태워버려야 마땅한 것이다. 지금 현재 마르크스의 주장자체는 시대에 뒤쳐진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르크스의 저서들은 어찌 할 것인가?

중국인터넷에는 "한국인이 노신도 한국인이라고 주장한다"라는 유언비어가 있다. 그런데 만약 노신을 중국교과서에서 이렇게 내팽겨친다면 노신의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혹은 "일본인"이라고 하여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최소한 한국교과서에는 노신의 아Q정전이 있다.  정작 중국에서 당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정신에게 이런 모멸적인 취급을 하면서 어찌 감히 그 후예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루쉰 선생님이 지금 이 소식을 들으면 어떤 말을 하실까? 그의 애정이 가득 담겨있으면서도 매서운 글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오늘은 돌아오지 않던 <공이지孔乙己> 너무나 그립다.



* 노파심에 말합니다. 이 글을 보는 중국분들은 제 글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 어느 형님의 요청으로 노신 선생님의 몇마디만 "발번역"해보겠습니다.
- 나는 마치 한마리의 소와 같다. 먹는 것은 풀이오. 짜내는 것은 젖과 피다[각주:1].
- 자유는 분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돈을 위해서 팔 수는 있다[각주:2].
- 영웅이 없는 민족은 구슬프다. 그러나 영웅은 있지만 소중히 여길지 모르는 민족은 절망적이다[각주:3].(실제로 중국네티즌들이 노신의 글이 교과서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며 가장 자주 인용하는 노신의 말.)

제 눈에만 현재의 한국과 중국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들이라고 느껴지는 겁니다. 암요.암요.

  1. 我好像是一只牛,吃的是草,挤出的是奶 、血。 [본문으로]
  2. 自由固不是钱所买到的,但能够为钱而卖掉 [본문으로]
  3. 一个没有英雄的民族,是悲哀的;但一个有了英雄而不知道珍惜的民族,则是绝望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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