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는 인육수색(人肉搜索·인물검색)이 횡행하고 있다. 지난달 인민일보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 형법수정안 소조가 인터넷상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인육수색에 대해 형사책임을 묻는다는 데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인 육수색은 네티즌 한 명이 특정인에 대한 질문을 게재하면 다수의 네티즌이 그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밝히는 것을 가리킨다. 네티즌이 2억2000만명을 넘어서며 ‘네티즌 대국’이 된 중국에서 인육수색은 ‘인터넷 마녀사냥’ 또는 ‘사이버 인민재판’으로도 불리며 표적인물이 정해지면 개인생활이 초토화될 때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은 “인터넷상의 ‘지명수배’가 도덕적 질책의 범주를 벗어나 시민의 기본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며 인육수색으로 인한 개인정보와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 주동자와 사이트 운영자를 대상으로 형사책임을 묻는 ‘형법수정안’이 심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상금사냥꾼 활개치는 인육수색=인육수색은 ‘마오푸왕’에서 시작됐다. 중국 주요 사이트 중 하나인 마오푸왕은 게시판에 질문이 올라오면 네티즌이 답변하는 형식으로 한국의 지식검색과 흡사한 형식이다. 질문자가 마음에 드는 답변을 선택하면 해당 답변을 제공한 네티즌은 사이버 머니인 ‘Mp’를 받게 되는데 ‘Mp’를 얻기 위해 게시판에 질문이 올라오면 신속하게 답변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상금사냥꾼(賞金獵人)’이라 부른다.


상금사냥꾼의 무기는 신속성과 정확성이다. Mp가 모일수록 답변자는 성취감을 느끼게 되며 더욱 열심히 답변을 올리게 된다. 심지어 직업도덕과 준칙이 형성되기도 하는데 이는 답변자와 질문자 모두에게 만족감을 준다. 충분한 보상(Mp)과 참여자(상금사냥꾼)들의 경쟁을 바탕으로 인육수색은 신속히 발전했다.

지난 몇 년간 마오푸왕을 비롯한 바이두·시나·탠야·치후 등 주요 사이트 지식검색과 게시판에서 인육수색은 사이트의 인기를 높여주는 게시판에 불과했지만 최근 인육수색은 개인의 사생활을 파탄시키는 위험수위에까지 이르렀다.

◇13 억의 사이버 인민재판=지난 5월 21일, 한 여성이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쓰촨성 대지진에 대해 다소 흥분된 어조로 욕설이 섞인 발언을 한 동영상이 유튜브에 게재됐다. 이 4분 40초짜리 동영상은 신속히 탠야·마오푸왕 등에 스크랩됐고 분노한 13억 네티즌은 이 여자를 찾아내자는 운동을 펼쳤다.

IP추적으로 인터넷 접속 위치는 물론이고 QQ메신저 번호와 그 안에 저장돼 있는 개인정보가 모두 밝혀졌다. 그 후 30분 만에 거주지, 주민등록번호와 직장주소, 가족 전화번호까지 모두 밝혀졌고 21일 오후 1시, 경찰은 인터넷 정보에 의해 모 PC방에서 이 여성을 검거했다.

반나절 만에 검거된 이 동영상 여성은 “지진 애도기간 동안 게임을 할 수 없다는 점에 화가 나 이 같은 동영상을 찍게 됐고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국 여배우 샤론 스톤 역시 “중국 지진은 티베트 시위 유혈 진압에 대한 업보’라고 주장해 중국 네티즌의 ‘사이버 인민재판’을 받았다. 중국 네티즌 100만명이 샤론 스톤 비난 서명에 나서 결국 프랑스 화장품 회사 디올은 샤론 스톤이 모델로 나온 CF의 중국 내 방영을 중단하고 샤론 스톤과의 모델 계약도 파기해야 했다.

◇개인정보 보호, 선결 과제=각계각층의 많은 사람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모이면서 검색이 보편화됐고 데이터베이스 검색으로는 얻을 수 없던 정보를 게시판을 통해 알 수 있게 됐다.

인육수색은 현대정보기술을 이용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네티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사회 도덕 질서를 지키며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 러나 규제가 불확실하고 통제가 힘든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인육수색은 많은 문제점을 동반한다. ‘인터넷수배’의 목표인물로 오해 받았던 한 남성은 핸드폰 번호와 집주소를 비롯해 딸이 입양아라는 상세한 개인정보까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매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져 법적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인육수색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개인정보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육수색이 단순한 사건을 넘어 소송으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또 통제를 받지 않는 가상공간에서 인육수색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폭력적인 성향으로 변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컴퓨터정보인터넷 국제인터넷 안전보호관리방법’ 제7조에는 ‘사용자의 통신자유와 통신비밀은 법률의 보호를 받는다. 임의의 회사나 개인은 법률을 어길 수 없으며 국제인터넷을 이용해 사용자의 통신자유와 통신비밀을 침범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18조에는 ‘허가 없이 컴퓨터 학교를 개설할 수 없으며 개인정보 수정, 타인명의를 도용하지 못하고 타인의 사생활정보를 침범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사실상 인육수색은 지금까지 개인정보보호권리 침범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 헌법에는 개인정보보호권리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인육수색은 도를 넘어선 개인공격에 이르렀다. 마오푸왕 게시판 책임자인 뚜페이웬(杜培源)은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내용에 대해 무조건 삭제 또는 폐쇄조치를 취한다”며 “내용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네티즌간에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 사람찾는’ 본연의 목적 되찾아야=그러나 인육수색이 나쁜 의미로만 쓰이지는 않는다. 지난 5월 중국을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쓰촨성 지진은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남겼다. 당시 쓰촨 지역에서는 모든 통신서비스가 단절되면서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가족들을 애타게 했다. 이때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것은 바로 인육검색이다.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구글 중국법인은 중국 지진 발생 4일째인 5월 16일 지진 피해자 및 부상자 가족 찾기 인육수색 작업을 시작했다. 첫날 10만 건의 접속 건수를 기록한 데 이어 17일에는 40만 건의 접속 건수를 기록했다. 인육수색을 통해 더욱 쉽게 대피소나 병원에 머무르고 있는 가족과 친지를 찾을 수 있었다. 이는 인육수색이 발전해 나가야 할 방향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육수색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 권리와 인격권이 법률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또 개인정보 및 사이트 경영은 법률에 근거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사회도덕을 위반해서는 안 된다.

개인정보와 인터넷 경영자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으면 법에 의거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의식이 보편화돼야 인육수색으로 인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베이징(중국)=김바로 베이징대 역사학과 학생 ddokbaro.com>


개인적으로 중국에서의 이런 인육수색의 문제는 한국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인다. 본인도 인터넷의 자유를 높게 산다. 하지만 일정한 제약도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개인의 사생활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제약은 법적으로 이루어져서도 안되고, 이루어질 수도 없다. 네티즌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당 글은 2008년 10월 27일 전자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은 [글로벌리포트]마녀사냥식 '인육수색' 대륙이 떨고 있다 입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