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은 한국에서 이미 대중성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옛날에 보드게임, 혹은 TRPG라는 말은 몇몇 극소수의 매니아들만 알고 있었던 단어임을 생각한다면, 상당한 수준으로 보급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대중성의 반작용으로 인하여, 수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은 보드게임의 온라인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보드게임의 정의가 무엇일까?
온라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보드게임이라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처음 보드게임을 접하는 사람에게 보드게임에 대해서 설명할 때, 내가 즐겨서 쓰는 말이 있다.

"블루마블 아시죠? 그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물론 엄격하게 따지자면 블루마블은 보드게임의 한 분야일 뿐이고, 그것도 모노폴리의 카피판일뿐이다. 하지만 옛 추억속의 블루마블이라는 것에는 보드게임의 기본정의가 모두 나와있다.

모두가 얼굴을 마주하고 웃으며 이야기하며 게임을 즐긴다. 내가 생각했을 때, 이것이야말로 보드게임의 정의이자 보드게임이 보드게임다운 이유이다. 특히 이른바 정보화시대의 삭막함속에서 서로 모여서 얼굴을 마주본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보드게임 온라인화의 필요성
보드게임중에서 몇몇 게임들은 컴퓨터를 통한 연산작업으로 인하여 훨씬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서, A&A시리즈나 RISK와 같은 경우, 대단위 전투로 인하여 수 많은 주사위굴림이 필요로 하게 된다. 이런 부분들을 컴퓨터가 대체한다면 분명 시간단축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바쁜 일상중에서 보드게임을 즐기는 사람끼리 서로 만나기라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들중에 하나이다. 각자의 일이 있고, 각자의 생활이 있는 와중에서 서로의 공백이 교집합이 되는 경우는 그리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한 게임에 2~3시간씩 걸리는 게임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런 게임을 온라인화하여 시간이 교차되는 사람끼리 세계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그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겠다.

보드게임 온라인화의 해악
보드게임의 정의에서도 말했지만, 보드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게임을 즐긴다는 점이다. 서로 상대방의 호흡을 느끼며, 얼굴표정의 변화를 관찰하며, 작은 손떨림을 느끼며, 농담을 주고 받는 그 모습, 다시 말해서, 인간의 의사소동수단이 모두 이용되는 것이야말로 보드게임의 재미중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의 해악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이른바 네티켓을 제대로 지키며 서로간의 예의를 다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여러분도 인터넷의 바다를 돌아다니다가 익명성의 가면에 자신을 버리고 함부로 행동을 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분들도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면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을것이라 생각한다. 온라인에서는 차가운 피가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뜨거운 피를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보드게임이 온라인의 차가운 피에 섞이면 그 원래의 향취가 없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울 뿐이다.

게임톡에 관한 문제점
온라인으로 보드게임을 즐기는 싸이트는 한국에서는 게임톡이 유일하다. (한국이 최초가 아니다. 외국에서는 상당수의 싸이트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비판의 도마위에 올려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임톡이라는 곳은 현재 후르츠가든,배틀러미,미션77,시퀀스,클랜스, 로스트시티, 셋을 서비스중에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로열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인지 게임들이 왜곡되어있다.
후르츠가든은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는 카탄이라는 게임이다. 카탄과의 룰은 똑같으며 오직 몇몇 부분의 이름이 변해있을 뿐이다. 배틀러미는 특히 여성분들이 즐겨하시는 루미큐브이다. 루미큐브의 카리스마아저씨가 하트모양으로 변했을 뿐, 다시 말해 그 한개의 이미지만 변했을 뿐, 다른 룰 부분에서는 동일하다. 미견77은 로보77과 무슨 차이인지 정말 궁금할 뿐이다.시퀀스의 경우, 본인의 보드게임에 대한 수준이 낮아서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은 자체제작인것 같다. 클랜스,로스트시티,셋과 같은 경우 아예 이름의 변화가 없다. 규칙까지 동일하다.

정리하자면, 단 한개의 게임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원래 있는 보드게임을 온라인화를 시켜놓은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위의 게임에 대한 라이센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목만 다른 이름으로 하고, 룰이 똑같다면 그것은 다른 게임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그것은 도작이라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실 것이다. 물론 이미 수 많은 보드게이머들이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여전히 운영중이다.

바로의 중얼중얼
이미 디지탈시대로 들어갔는데, 왜 아날로그의 시대의 이야기를 하느냐고 하실 분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 본인도 한국이 아닌 중국땅에서 디지탈시대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이런 블로그를 작성하고 있고 그런 디지탈의 위력에 대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디지탈로 되어있지 않다. 인간은 따뜻한 피가 흐르고 사랑을 하며, 질투를 하며,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는다. 인간이 인간인 이상, 인간에게 따뜻함이 남아있는 이상, 인간이 악의보다 선의가 더 많은 이상, 인간은 영원히 아날로그이다. 나는 그 아날로그의 웃음을 디지탈이 망가트리는 것이 싫을 뿐이다.

문득 떠오른 글이 있다.

"무슨 짓이오!"
"간지럼 타네요, 뭐. 살아있는걸?"
"간지럼 타는 것이 생존의 조건이면 생활의 조건은 뭐요!"
신차이는 아일페사스가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일페사스는 참 이상한 것도 다 물어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 몰라? 웃는 거지. 이렇게. 하하하!"
-- 이영도님의 <퓨쳐워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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