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지고 장난질치는 인간들이 무지막지 많다. 최근 광화문 "광장"의 분수대 이름을 "12.23"이라고 하여 인터넷이 시끄럽다. 서울시 당국자의 말에 따르면 12는 이순신장군이 명랑대첩에서 12척의 배로 싸웠기 때문이고(해군사관학교의 "해전사"), 임진왜란 당시에 23전 23승을 이룩해서 "23"이라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명랑대첩 당시의 선박수는 "13"척일 가능성이 높다. (관련 사료 알아서 찾아보시길. 이 글의 주제는 그것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12척이라고 하자. 나중에 13척으로 확정이 되면, 이름을 "13.23"으로 할 것인가? 연구에 따라서 변할 수 있는 이름, 그것도 지금 현재 논란중인 것을 함부로 사용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또한 현 일본 "천왕"의 생일이 12.23일이다. 개인적으로 이순신 장군 자체야 대단하다고 보지만, 애국심이니 보국의식이니 하는 웃기는 짓을 홍보하는 이용도구로 변질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웃기는 건 그 "애국심의 상징" 바로 앞에 있는 분수의 이름이 현 일본 "천왕"의 생일이다. 장난하는건가? 예상하지 못하였고,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는 것이 합당해보인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골 때리는 것이 있어서 소개할까 한다. 해당 일을 논하는 아고라의 글에서 아래와 같은 고문들을 보았다. 그런데 보면 볼 수록 야시꾸리했다. 무려 난중일기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慶尙將卒 皆烏合之兵也 日日一斬卽軍令保全
경상도장졸은 모조리 오합지졸이라 하루 한놈 목을 쳐야 군률이 유지된다.

慶尙將卒 招集乃饋軍穀則默然食之 而戰鼓鳴卽皆夜半逃散也
경상도 장졸은 불러 모아 놓으면 평소에는 말없이 군량을 받아 먹다가도 일단 출진의 북이 울리면 죄다 야반에 도망하여 흩어지고 마는도다.

慶尙徒 剃頭倭裝 導倭賊侵寇忠淸全羅 殺傷擄掠放火劫姦 又甚於倭賊也 取老少婦女首及獻上倭將
경상도의 무리는 앞머리를 깎고 왜옷을 걸치고 왜적의 앞장서서 충청,전라지역에 침입하여 죽이고 뺏고 불지르고 강간함이 오히려 왜적보다 심한 바가 있다.

본인은 아직 난중일기를 정독해보지 않았다. 시대도 다르고 별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문들은 전공 덕분에 계속 접하게 되는데, 위의 글들은 고문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하다. 무엇이라고 말하라고 하면 해당 시대 전공이 아닌지라 명확하게 이야기 하기가 힘들지만 마치....여러 시대의 고문들에 나오는 단어들 적당히 뭉끄려서 몇몇 단어만 바꾸어놓은 기분이랄까? 무언가 불협화음인 기분??

그래서 직접 고문을 뒤져봤다. 아무리 찾아도 난중일기에는 위와 같은 구절은 나오지 않는다. (요즘은 왠만한 고문들은 전산화가 되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아직 안된 것도 많지만, 난중일기정도는-_-!) 그러다가 우연히 위키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 아주 간단하게 "해당 내용은 난중일기에 없는 내용이다."라고 적혀 있다.

제발 부탁하는데. 역사 가지고 장난질하지 마라. 엉터리로 만들어낸 고문 놔두고 해석해놓으면 사람들이 그냥 믿을 거 같냐?...믿을 거 같다. (씨벌...) 자신이 직접 확인하지 않는 이상 저런 내용을 믿지 않기를 바란다. 역사 가지고 장난질 하면서 쓸데 없는 지역감정을 만들 생각하지 마라. 제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더 웃기지만, 본인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친가는 전북. 외가는 이북. 강원도에서 좀 살았고, 지금 여친님은 경남이다. 한가지만 묻자. 지역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리도 다르더냐? 웃기는 소리.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이다. 지역 감정 만들지 말자.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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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전공으로서 그냥 분풀이 까대기. 독자들 생각 안하고, 그냥 제 맘대로 깝니다. 양해부탁-0-

1) 皆烏合之兵也
乌合之卒[각주:1] 라는 표현은 있지만, 乌合之兵이라는 표현은 본 기억 없다. 그렇게 힘들더냐? 그리고 그냥 "皆烏合也" 라고만 해도 된다. 왜 굳이 "之兵"을 붙여서 까댐을 당하니..쯔쯔...
 
2) 日日一斬卽軍令保全
....까대기도 싫다. 할려면 제대로 하던가. 너 한국어로 써놓고 그에 적당한 한자 고르고 다닌거지? 문법이나 머나 다 신경 안 썻지? -_-+  保全...후...보전 그대로 한자로 하면 고문이 되는 줄 아냐!!!!! 보전은 개인의 안위에 쓰인다. 후.....

3) 慶尙將卒 招集乃饋軍穀則默然食之
....아...까대려다가 내가 짜증나 죽겠다. 이건 대체 먼 말이냐. 饋軍穀 곡식을 축낸다고? 한자를 억지로 찾으니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거야. 다음부터는 왠만하면 비슷한 문장 찾아서 변조하그라. 차라리 "耗粮" 이라고 하던지...후..."默然食之" 이건 조용히 먹는다는거냐? .............고문이 장난이냐!!! 고문을 쓰는데 누가 이렇게 같은 말 반복하냐! 앞에 같은 말 있잖아! 그 당시가 지금인줄 알아!!!

4) 而戰鼓鳴卽皆夜半逃散也
다른거 필요 없고, 전투북소리가 울리면 야밤에 도주한다라는 것이 말이 된다고 보냐? 전투북소리가 울리면 도망을 치던지. 아니면 전투가 이루어질 것 같으면 도망을 치던지....아..이거 까대고 있는 나까지 한심해지는 기분이야. 이건 고문을 떠나서 기본적인 상식부족인데.ㅠㅠ

굳이 고문으로 까대주면,  卽 이것을 아마 "~ 하면 곧"이라는 뜻을 넣고 싶어서 넣은거 같은데, 미안....나도 고문 쪼금은 봤는데 이따위로 쓰는거 못 봤어. "卽皆" 이거 두개가 같이 연결되서 나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_-;; 고문은 최대한 압축이야. 시간도 최대한 압축하고, 사건의 앞뒤 관계로 설명을 하는거야. 그래서 고문해독이 어려운 거지.

그만 하자.......오랜만에 성격 나온다. 후.............정말 역사 가지고 장난치지 마!!!

  1. 《三国志·吴志·陈泰传》:“艾等以为王经精卒破衄于西,贼众大盛,乘胜之兵既不可当,而将军以乌合之卒,继败军之后,将士失气,陇右倾荡。”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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